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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빈센트 반 고흐 <착한 사마리아인>

by 오썸70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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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대전시립미술관 특별전 《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 작품인 <착한 사마리아인>을 감상하며 답답함을 느낀다. 착하게(?) 살기 위해, 사람을 아프게 한다면 그것은 착하게 사는 것일까? 위선일까?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네덜란드 출신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놀림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통과 감정을 표현한 작가다. 그는 평생 정신적 불안과 외로움, 가난에 시달리며 살아갔으며, 생전에 큰 인정을 받지 못했다. 1889년, 고흐는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프랑스 남부 생레미의 생폴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한다. 이 시기는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그의 예술 인생에서 가장 창조적인 시기이기도 했다. 그는 병원 안팎에서 보이는 풍경과 인물, 성경 이야기 등을 주제로 다수의 작품을 남겼으며, 그중 하나가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고흐가 병원에 머무르던 1890년경에 그린 작품으로, 프랑스 낭만주의 거장 외젠 들라크루아의 동명 회화를 바탕으로 한다. 고흐는 말년에 들라크루아를 깊이 존경하며,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들라크루아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더 이상 이(teeth)도 숨(breath)도 남지 않았을 때 비로소 그림을 발견했다”는 말로 예술에 대한 절박한 열정을 표현했다. 이 작품에서 고흐는 들라크루아의 구도를 따르되, 자신의 색채 감각과 격정적인 붓 터치를 통해 원작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만들어낸다. 병원 안에서 그린 이 그림은, 실내에 갇힌 그의 내면 풍경을 시각적으로 펼쳐 보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주제는 신약성경 누가복음 10장에 등장하는 예수의 비유에서 가져왔다. 한 유대인이 강도에게 습격당해 길가에 쓰러졌고,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를 외면하며 지나간다. 그러나 유대인과 적대적 관계였던 사마리아인은 그를 불쌍히 여겨 상처를 치료하고 여관까지 데려가 보살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예수는 출신이나 신분이 아닌, 실제 행동을 통해 ‘이웃됨’을 실천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한다. 고흐는 이 비유 속 사마리아인을 연민과 사랑의 상징으로 바라보며, 고통받는 인간을 구원하는 행위에 깊은 공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착한 사마리아인〉(1849)은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종교화로, 고전적인 구성과 낭만주의적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들라크루아는 쓰러진 사람을 들어 올리는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통해 연민과 도덕적 실천을 강조한다. 고흐는 이 그림에 감명받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원작의 인물 구성을 유지하되 강렬한 색채와 감정의 흐름을 덧입힌다. 특히 고흐의 그림에서는 붓질의 리듬과 색의 소용돌이가 돋보이며, 이는 단순한 복제를 넘어 예술적 응답이라 할 수 있다. 고흐는 들라크루아의 주제를 계승하면서도 자신의 고통과 구원을 함께 담아냈다.

고흐의 〈착한 사마리아인〉은 단순한 성경 해석을 넘어,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예술을 통한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그는 병원에 갇힌 외로운 상황 속에서도 이 그림을 통해 누군가를 도우려는 마음, 실천적 사랑의 가치를 되새긴다. 고흐는 “그리스도의 형상은 들라크루아와 렘브란트, 그리고 밀레가 그렸다”고 말하며 그들의 정신을 자신만의 언어로 이어가려 했다. 이 작품은 그런 고흐의 예술 철학이 잘 드러나는 예로, 예술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위로하고 구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흐에게 있어 그림은 단순한 표현이 아닌, 삶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천국에 갔겠지..

빈센트 반 고흐 <착한 사마리아인>
외젠 들라크루아 <착한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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