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 베르제르의 바> 그림 속 바텐더는 <제비꽃을 꽂은 베르트 모리조>의 베르트 모리조를 닮았다. 베르트 모리조는 마네를 진심으로 존경해서 마네를 쫓아가서 제자가 되고 싶다고 계속 부탁했지만 마네에게 차갑게 문전박대받은 여성화가이다. 모리조의 마네를 향한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그녀를 바라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마네의 남동생인 외젠 마네이다. 모리조는 외젠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는 19세기 프랑스 근대 회화의 전환점을 이룬 화가로,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였다. 그는 기존 아카데미 미술의 전통적 주제에서 벗어나, 도시의 일상과 사회적 현실을 예술의 중심에 놓았다. 이러한 시도는 당시 비평가들과 대중의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후대에 이르러 마네는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되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폴리 베르제르의 바>(1882)는 마네의 마지막 주요 작품이자, 근대 도시의 복잡한 삶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폴리 베르제르의 바>는 파리의 유흥장소인 폴리 베르제르의 바 장면을 묘사한 작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여성 바텐더와 그 뒤로 펼쳐진 화려한 공간이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거울의 반사를 통해 다중의 시점과 현실을 담고 있다. 반사된 여성의 모습과 자세는 정면의 인물과 일치하지 않고, 병의 배열이나 수량도 다르며, 거울 속 여성은 한 남성과 대화하고 있어 현실의 복잡성과 이중성을 드러낸다. 이는 마네가 의도한 시각적 장치로, 단일한 시선에 갇히지 않는 현대적 회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이 작품은 소비문화와 자아 정체성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공중그네 곡예사의 발, 영국인 취향의 맥주, 병 라벨에 서명한 마네의 이름 등은 당대 사회의 문화적 혼합성과 상품화 경향을 보여준다. 마네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사실 묘사를 넘어서, 도시인의 고립감, 예술과 상업의 경계, 현실과 반영의 차이를 섬세하게 포착하였다. <폴리 베르제르의 바>는 근대 회화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사유와 해석의 공간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인연은 따로 있는건가..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 (0) | 2025.05.17 |
---|---|
외젠 루이 부댕 <트루빌의 해변> (0) | 2025.05.16 |
조지프 M. W. 터너 <폭풍속의 네덜란드 배> (0) | 2025.05.14 |
장 프랑수아 밀레 <이삭줍기> (0) | 2025.05.13 |
귀스타브 쿠르베 <화가의 아틀리에> (0) | 2025.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