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

클로드 모네 <눈길(A Cart on the Snowy Road at Honfleur)>

by 오썸70 2025. 5. 30.
반응형

얼마전에도 3월에 눈이 왔다고 호들갑을 떠는 소리를 들었는데, 벌써 눈이 서먹하고 신선하다. 봄과 가을이 짧아졌지만 그래도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가 좋다. 한가해 보이는 눈덮인 길을 굳건히 나아가는 마부의 의지가 느껴진다.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클로드 모네는 자연이 주는 빛과 색채의 순간적인 인상을 화폭에 담아낸 화가다. 그가 1865년경 그린 <눈길(A Cart on the Snowy Road at Honfleur)>은 겨울 시골길의 고요한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옹플뢰르 인근의 눈 덮인 길 위를 마차가 지나가는 장면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집과 나무, 길, 하늘까지 모두 차분한 색조로 표현되어 있어, 마치 눈 속에 스며드는 겨울 햇살을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의 중심에는 두 사람이 탄 수레가 있다. 무거운 침묵이 깃든 듯한 겨울 풍경 속에서 수레는 삶의 일상성을 조용히 전달한다. 모네는 흰 눈을 단순한 흰색으로 처리하지 않고, 회색과 푸른빛, 갈색 등 다양한 색조를 활용해 눈의 질감과 빛 반사를 표현했다. 길의 깊이감과 양 옆의 풍경은 원근법을 살려 그려졌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시선을 그림 속으로 이끌게 한다. 이는 모네가 추구한 ‘순간의 인상’에 대한 충실한 구현이라 할 수 있다.

<눈길>은 모네의 초기 인상주의적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후의 대표 연작들과 비교하면 아직 완전히 붓 터치를 해체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주는 감각을 담아내려는 태도가 뚜렷하다. 특히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지는 정적과 깊이를 그만의 색채 감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람자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감정적인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모네는 일상의 소소한 장면에서도 시적이고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다.

짙은 초록에 익숙해져서 눈이 온 풍경이 낯설다.

클로드 모네 <눈길(A Cart on the Snowy Road at Honfleur)>



반응형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 싱어 사전트 <베니스의 거리>  (0) 2025.06.01
에드가 드가 <푸른 의상의 무희들>  (1) 2025.05.31
폴 클레 <달빛>  (0) 2025.05.29
허난설헌 <작약도>  (1) 2025.05.27
신사임당 <화접도>  (0)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