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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스카프를 하고 있는 잔 에뷔테른>

by 오썸70 2025.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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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의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길게 늘어진 얼굴과 눈동자 없는 시선에서 묘한 슬픔과 고요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붉은 배경과 검은색 의상 그리고 빨간색 스카프가 매혹적이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188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화가이자 조각가로, 짧지만 강렬한 예술적 생애를 남긴 인물이다. 그는 고전적인 인체 비례에서 벗어난 길고 우아한 인물 표현으로 독자적인 양식을 확립했으며, 특히 긴 목과 타원형 얼굴, 무표정한 눈동자 없는 초상화로 잘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원시 조각과 르네상스 회화에서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은 감정의 과잉 표현보다는 절제된 선과 색으로 인물의 내면을 암시한다. 1920년 35세의 나이로 요절했지만, 그는 오늘날까지 20세기 인물화의 대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카프를 하고 있는 잔 에뷔테른(Jeanne Hébuterne in a Scarf)>은 모딜리아니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잔 에뷔테른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이 초상화에서 잔은 단정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묘사되며, 검은 옷과 붉은 스카프는 그녀의 내면적 고요함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모딜리아니는 그녀의 얼굴을 길고 부드럽게 처리하고, 배경과 인물의 색채 대비를 통해 집중도를 높이며, 감정의 섬세한 표현보다는 형식미에 집중한다. 그녀의 눈은 작가의 다른 초상화처럼 생략되거나 텅 빈 상태로 그려져, 관람자에게 인물의 내면을 자유롭게 상상하게 하는 여지를 남긴다.

잔 에뷔테른은 모딜리아니의 마지막 연인이며, 그의 생애 후반을 함께한 동반자였다. 두 사람은 함께 살며 딸을 낳았고, 그는 그녀를 수차례 작품 속에 담았다. 모딜리아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잔은 임신한 몸으로 자살하며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남겼다. <스카프를 하고 있는 잔 에뷔테른>은 이들의 강렬한 관계를 예술로 승화한 결과물로, 사랑, 상실, 예술적 집착이 어우러진 모딜리아니 예술 세계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한 초상을 넘어, 삶과 죽음, 사랑과 예술의 경계에 선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상징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빨간색 스카프가 마음에 든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스카프를 하고 있는 잔 에뷔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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