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본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어는 사실적이고 세밀한 자연 묘사를 통해 죽음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반면, 오딜롱 르동의 오필리어는 몽환적 색채와 추상적 형태로 감정과 내면세계를 상징한다. 밀레이는 비극을 현실로 끌어오고, 르동은 그것을 꿈처럼 승화시킨다.
오딜롱 르동(Odilon Redon)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활동한 상징주의 화가로, 현실보다 꿈과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 주력한 작가다. 초기에는 흑백 석판화와 목탄화를 통해 초현실적이고 불가사의한 이미지를 창조했고, 이후에는 화려한 색채를 활용한 파스텔화와 유화로 전환하며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였다. 르동은 자연을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감정과 상상의 세계를 전달하고자 했으며, 그의 그림은 종종 문학, 음악, 철학 등과 연결되어 관념적인 의미를 내포하였다. 그는 인상주의나 사실주의 화풍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자적인 상징주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르동의 작품 <오필리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속 비극적인 여성 인물인 오필리어의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그림은 물에 떠 있는 오필리어의 모습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 주변에 흩어진 꽃들이 화려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색채로 표현된다. 특히 강렬한 노란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져 오필리어의 죽음을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신비롭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승화시킨다. 르동은 이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고, 오필리어의 내면과 감정, 죽음을 둘러싼 상징적 세계를 색채와 형태로 시각화하였다. 따라서 이 작품은 오필리어의 육체적 죽음보다는 그녀의 감정과 영혼의 상태를 전달하고자 한다.
<오필리어>는 전통적인 미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극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감각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로서 보는 이에게 감정적인 울림을 준다. 르동은 이 작품을 통해 오필리어라는 인물의 비극을 개인적인 고통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내면의 평화 혹은 다른 차원의 세계로 향하는 전환의 순간으로 재해석하였다. 물속에 퍼지는 색채와 흐릿한 경계선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감상자로 하여금 그녀의 심리와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처럼 <오필리어>는 르동의 상징주의 미학이 집약된 작품으로, 죽음조차도 아름다움과 사색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외국영화를 즐겨보는 것은 한국영화는 나의 이야기처럼 현실적이라 가볍게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어 보다는 오딜롱 르동의 오필리어를 더 편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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