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나 남해 등 우리나라 해안 마을을 그린 듯하다. 어디든 바닷가에 위치한 마을은 언덕을 내려가 아래쪽에 위치하나보다. 가운데 세 종류의 나무를 제외하면 영락없이 내가 보아온 어촌 마을이다.
프랑스의 화가 알베르 마르케(Albert Marquet, 1875~1947)는 후기 인상주의와 야수파의 영향을 받은 작가로서, 조용한 색감과 안정된 구도를 바탕으로 풍경화를 즐겨 그렸다. 특히 그는 동시대의 화가 앙리 마티스와 교류하며 초기에는 강렬한 색채 실험을 시도하였으나, 점차 차분하고 은은한 색조를 통해 도시와 자연 풍경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마르케는 프랑스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과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다양한 도시 풍경을 그렸고, 그중 알제리의 알제(Alger)는 그의 대표적인 작업지 중 하나였다.
〈알제, 라펠리에르(Alger, Laperlier)〉는 알베르 마르케가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 위치한 라펠리에르 지역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의 성숙한 시기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예이다. 화면에는 붉은 기와 지붕의 건물과 부드럽게 굽이진 산책로, 그리고 수직으로 솟은 나무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그 뒤로 펼쳐진 도시는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으며, 저 멀리 바다와 산맥이 이어지는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르케는 이 풍경을 간결한 선과 조용한 색채로 구성하여, 자연과 도시의 고요한 조화를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마르케가 야수파의 격렬한 색채를 벗어나 한층 절제된 분위기로 전환한 이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강한 대비나 과장된 구성을 지양하고, 실제 풍경에서 느낀 빛과 공기의 흐름을 담백하게 표현하였다. 특히 알제 지역의 따뜻한 기후와 이국적인 식생은 그의 작품에 부드러운 정서를 더했으며, 이는 관람자에게 지중해 연안의 평화롭고 정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알제, 라펠리에르〉는 알베르 마르케가 삶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풍경의 미학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자 회화적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알베르 마르케의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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