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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호암미술관 특별전 《겸재 정선》

by 오썸70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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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특별전  《겸재 정선》
2025.4.2.~6.29. / 호암미술관 전시실 1, 2

호암미술관은 2025년 4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특별전 《겸재 정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1676-1759)의 회화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그의 대표작 165여 점이 공개된다. 국보 제217호 '금강전도(1734년)'와 보물 '독서여가도(1740~1741년)'를 비롯해 진경산수화, 인물화, 화조영모화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며, 간송미술관을 포함한 여러 기관 및 개인 소장자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사전 예약이 필요한 이번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호암미술관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은 한국 회화사를 대표하는 화가로,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관념적인 산수가 아닌 실제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정선은 산수화뿐만 아니라 인물화, 화조영모화, 초충도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였으며, 화성(畵聖)이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선의 대표작인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가 나란히 걸려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인왕제색도’는 비 온 뒤 인왕산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걸작으로, 그의 사실적인 필치와 감각적인 구도를 엿볼 수 있다. 반면 ‘금강전도’는 금강산의 수많은 봉우리를 한눈에 담아낸 작품으로,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본 듯한 시각적 구성이 돋보인다. 두 작품 모두 정선이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조선의 자연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예술가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선의 색채 감각도 집중 조명된다. 특히 ‘여산초당’, ‘사문탈사’ 같은 작품에서 보이는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색감은 그가 단순한 수묵화가가 아닌 색채의 대가였음을 증명한다.

정선은 서울 풍경을 많이 남긴 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종로구 청운동·효자동 일대(당시 장동)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 ‘장동팔경첩’이라는 화첩을 두 차례 제작했다. 1756년 제작된 ‘장동팔경첩’(간송미술관 소장)과 80대 초반에 그린 ‘장동팔경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 이번 전시에서 함께 공개되었다. 장동 지역은 당대의 세도가들이 살던 곳이었고, 정선의 주요 후원자들이 위치한 지역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이 지역의 아름다움을 집중적으로 화폭에 담아내며, 후원자들에게 자신의 예술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서울의 역사적 변천과 조선 후기 도시 경관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층 전시장에서는 정선의 문인 의식과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전시된다. ‘독서여가도’에서는 사랑방 툇마루에 편안히 앉아있는 선비가 등장하는데, 이는 정선 자신을 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계상정거’는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을 그린 작품으로, 그의 학문적 존경과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계상정거’는 천원짜리 화폐 뒷면에 사용된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작품들은 정선이 단순한 화가가 아니라 학문과 예술을 아우르는 문인 화가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연강임술첩’과 같은 희귀한 작품들도 공개되었다. 이 화첩은 1742년 임진강에서 열린 뱃놀이를 기록한 것으로, 정선이 단순한 풍경 화가가 아닌 시대의 기록자로서의 역할도 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술 전시회를 넘어 조선 후기 문화와 사회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왕제색도’는 4월 6일까지 전시된 후 ‘풍악내산총람’으로 교체될 예정이며, ‘여산초당’도 6월 1일까지 전시된 후 ‘여산폭’으로 바뀐다. 6월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이후 대구간송미술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11월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해외 순회전을 떠날 예정이어서, 국내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정선의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며, 그의 예술세계와 조선 후기 회화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로 기록될 것이다.

참고: 조선일보('25.4.1.) 허윤희 기자 "수묵화인 줄 알았는데... '색채의 마법사' 겸재(정선 1676~1759) 작품 165점 총출동

호암미술관 특별전 《겸재 정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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