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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거목〉 바람이 불고 비가 와도 의연한 나무는 시간을 견디는 성숙한 삶의 태도를 닮았다. 말없이 서 있을 뿐이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따뜻한 위안을 준다. 때로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불안할 때,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는 나무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장욱진의 〈거목〉을 마주했을 때도 그랬다. 화면 한가운데 든든하게 자리 잡은 나무는 어떤 순간에도 변치 않는 삶의 중심을 상징하는 듯하다.장욱진의 〈거목〉은 거대한 나무를 중심으로 집, 사람, 동물 등이 함께 배치된 작품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다. 단순한 형태와 절제된 색감을 사용하여 따뜻한 정서를 담아내며, 동양화적 요소와 민화적인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특히 평면적인 구성과 단순한 선을 통해 동심과 순수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이 작품.. 2025. 2. 16.
르네 마그리트 〈이미지의 반역〉 고정관념에 의해 늦어진 행복에 감사하며 르네 마그리트의 을 감상한다.르네 마그리트의 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는 문구와 함께 파이프 그림을 배치하여, 언어와 이미지, 그리고 현실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우리는 그림 속 파이프를 당연히 파이프라고 인식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단지 "파이프의 그림"일 뿐이다. 마그리트는 이를 통해 우리가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얼마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질문한다.이 작품은 "언어와 사물의 분리"라는 철학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예다. 단어 "파이프"는 실제 파이프를 가리키지만, 단어 자체가 파이프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림 속 파이프도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묘사한 이.. 2025. 2. 15.
앙리 마티스 〈만돌린을 든 여인〉 무형문화재 김수연 선생님의 첫번째 창(소리) 수업과 멘토 권인영 선생님의 가야금 수업 후 돌아오는 차에서 문득 악기를 소재로 한 그림이 궁금했다. 우선 생각난 작품은 마네의 이었지만 앙리 마티스의 이 낙점을 받았다.앙리 마티스의 은 그의 후기 인상주의적 특징과 색채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실내 공간에서 여인이 만돌린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빛과 색, 형태의 단순화를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작품에서 창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직선과 수평선이 강조된 창문은 빛이 들어오는 경로이자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인물과 공간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형성하며, 반사된 색채가 화면에 퍼지도록 한다. 이를 통해 마티스는 빛과 색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2025. 2. 14.
'왕의 서고' 외규장각 의궤 유튜브 전시 의궤(儀軌)는 조선 시대 왕실의 주요 행사와 국가적 의식을 기록한 공식 문서로, 행사 절차, 참여자, 의장, 복식, 음식, 건축 등을 상세히 서술한 역사적 기록물이다. 의궤는 단순한 행사 보고서가 아니라 당대의 정치, 문화, 예술, 기술을 집대성한 자료로서 조선의 국가 운영 시스템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이다. 특히 의궤 속 도설(그림)은 조선 후기 회화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복식·공예·건축 연구에도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된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외규장각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로 반출되었다가 2011년 한국으로 반환되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국립중앙박물관은 2024년 11월 15일부터 상설전시실 2층 서화관 내에 ‘왕의 서고’를 운영하고.. 2025. 2. 13.
오딜롱 르동 〈꽃다발〉 꽃 그림이 좋다. 풍경화, 인물화, 추상화 등 많은 그림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꽃을 그린 정물화가 제일 예쁘다. 오딜롱 르동의 〈꽃다발〉은 파란 꽃병과 중앙의 작은 오렌지 꽃이 너무 좋다. 앞으로는 이 오렌지 꽃처럼 환하게 살고 싶다.오딜롱 르동의 〈꽃다발(Bouquet)〉은 그의 후기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화려한 색감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초기에는 어두운 판화와 드로잉을 주로 그렸지만, 후기에는 색채를 탐구하며 상상력이 가미된 정물화와 자연을 표현했다. 그의 꽃 그림은 인상주의처럼 빛을 포착하려 하기보다는, 감정을 담은 색채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야수파의 대담한 색채보다 부드럽고 조화로운 색감을 사용하며,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이 작품 속 꽃다발은 단순.. 2025. 2. 13.
빈센트 반 고흐 〈꽃피는 아몬드나무〉 추위를 싫어해서 11월이 오면 이 겨울을 어떻게 지내나 걱정하다가 3월이 와야 무탈하게 겨울이 지남에 감사를 한다. 벌써 2월이니 곧 다가올 봄을 기대하며 빈센트 반 고흐의 를 감상한다.빈센트 반 고흐가 1890년 2월,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아들인 조카 ‘빈센트 빌럼’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린 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작품이다. 아몬드나무는 이른 봄, 혹은 겨울이 끝나갈 무렵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 중 하나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후, 연약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꽃이 만개하는 모습은 극복과 희망을 상징한다. 고흐가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어둠을 지나 빛을 향해 나아가는 자연의 순환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고흐는 이 그림을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그렸지만.. 2025. 2. 4.